(데일리대구경북뉴스=황지현 기자)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11월 21일 지난 10월 전윤수 중국미술연구소 대표로부터 그가 일본에서 환수한 약봉(藥峰) 김극일(金克一, 1522~1585)의 지석(誌石) 5점을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국국학진흥원은 총 28종 130여 점의 묘지석을 보유하게 됐다. 지난해에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사)한국국외문화재연구원이 해외에 있던 묘지석을 공동 환수해 본원에 기탁한 사례가 있다.
전윤수 대표는 지석의 주인공 김극일이 안동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해 아무런 대가 없이 한국국학진흥원에 기증 의사를 전달했고, 일련의 절차를 거쳐 기증이 최종적으로 성사됐다.
‣ 일본에서 환수한 약봉 김극일의 지석(誌石) 5점
지석은 ‘사람의 인적사항이나 무덤의 소재를 기록하여 묻은 도판이나 판석’을 의미한다. 본관과 이름, 조상의 계보, 생일과 사망일, 평생 행적, 가족관계 등을 적어 무덤 앞이나 옆에 묻는다.
김극일의 지석은 그의 사망 후 143년 뒤인 1728년(영조 4)에 밀암(密庵) 이재(李栽, 1657~1730)가 쓴 것이다. 이 지석은 일제강점기 때 도굴되어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총 5점(9면 기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
김극일은 경북 안동 명문가의 자손으로 청계(靑溪) 김진(金璡, 1500~1580)의 맏아들이다. 1546년(명종 1)에 문과에 급제해 형조 좌랑, 경상도 도사, 평해 군수, 예천 군수, 성주 목사, 사헌부 장령 등을 지냈다.
‣ 전윤수 대표의 해외환수 활동과 의미 있는 기증 행보
전윤수 대표는 “최근 환수되거나 발견된 지석의 경우 한 벌을 이루는 게 드물다. 일본 어느 고미술 상점에 약봉의 지석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직접 가서 구입했다. 이번 기증은 조상 무덤에서 파헤쳐 간 지석을 돌려주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릉군부인 심씨 백자 묘지명’과 ‘전만추 백자 묘지명’을 국립고궁박물관에 기증한 바 있으며, ‘전라도 관찰사 홍중하 지석’을 국립광주박물관에 기증한 바 있다.
그는 일본에서 오랫동안 환수 활동을 펼치며 그 결과물을 관련 있는 지역의 박물관에 기증해왔다. 이번 기증 역시 이러한 그의 의미 있는 기증 행보의 연장선 위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한국국학진흥원 정종섭 원장은 “중요한 해외환수 문화재를 아무 대가 없이 기증해 준 전윤수 대표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본원은 현재 청계 김진 종가의 국학자료 3천여 점을 기탁 보관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청계 선생의 맏아들 약봉 선생의 지석이 본원에 기탁된 것은 의미가 매우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