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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풍요금천 행복산양(豊饒錦川 幸福山陽)

전 문경문인협회 회장 이만유

 

(전 문경문인협회 회장 이만유)연두색 신록이 아름다운 2013년 5월 어느 날, 필자가 사는 경북 문경시 산양면 거리에 현수막 하나가 시선을 끌었다. 산양면사무소에서 “산양면 슬로건”을 공모한다는 내용이었다.

 

지금 문경시의 브랜드 슬로건이 “긍정의 힘! Yes 문경”이지만 당시는 “새로운 도약, 일등 문경”이었다. 문경의 특성과 비전을 담은 역동적 이미지의 브랜드를 통한 지역의 정체성 확립과 마케팅 그리고 시민화합을 도모하여 미래지향적인 도시 이미지를 구현한다는 의미인데 모두 잘 만들어진 구호였다.

 

최일선 행정조직인 면(面)이 독립성을 가진 지방자치단체는 아니더라도 면민들을 하나로 결집하고 애향심을 가지게 하며 미래를 향한 비전을 제시하고 지역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서 슬로건을 제정한다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현수막이 걸린 며칠 뒤 채호식 산양면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면민들로부터 접수된 산양면 슬로건에 대한 수상작 선정심사를 부탁한다는 것이었다. 얼마 후 지역 인사 및 단체장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의 일원으로서 심사에 임하게 됐다. 그러나 신청된 작품들이 다 애정이 담긴 좋은 작품이었지만, 산양면의 정체성과 미래 비전을 잘 표현한 적합한 작품으로는 조금 미흡하다는 의견이 다수여서 그중 세 개의 작품을 뽑고 그 세 작품의 좋은 뜻과 문구를 발췌하여 새로운 조합으로 슬로건을 정하자는 의견을 내고 합의했다.

 

이날 필자는 심사에 임하면서 슬로건은 어떤 단체의 주의, 주장, 지역의 특성 따위를 간결하게 나타내는 짧은 어구이면서 대중의 행동을 변화하고 유도하는 선전에 쓰이는 짧은 문구다. 그리고 슬로건은 이해하기 쉽고 표현이 단순해야 하며 감성을 담아야 하며 지역발전 방향과 비전이 나타나야 한다고 했다.

 

또한 산양면의 이미지를 명확히 하고 역사, 문화, 전통 등의 지역 정체성을 바탕으로 해야 하며 읽는 순간 나타내자고 하는 바가 각인돼야 한다. 암호 같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배제하고 설명과 해설이 필요 없는 문구가 되어야 한다. 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글자 수는 16자 이내로 하고 기 다른 지자체에서 사용하는 것이나 유사한 것은 배제하여야 한다는 요지의 내용을 피력하였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풍요금천 행복산양(豊饒錦川 幸福山陽)”이다.

 

 

산양면은 월방산, 금품산, 왕의산 정기가 어리고 대미산 황장산에서 발원한 아름다운 금천(錦川)이 흐르는 곳, 선사시대인 신석기시대의 유물 돌화살촉과 청동기시대 지석묘가 반곡리에서 발견되었고 금천변에 청동기시대의 유물인 성혈(性穴, cup-mark)이 집단으로 발견되는 등의 근거에 의해 문경 땅에서 가장 오래전에 처음으로 사람이 살았던 곳이다. 삼한시대 때는 진한계 근기국(勤耆國), 삼국시대(신라)에는 근품현(近品縣), 통일신라시대에는 가유현(嘉猷縣)이었고 고려, 조선시대에는 산양현(山陽縣)이 되었다가 지금까지 그대로 산양면(山陽面)으로 불리어 왔다.

 

이곳에는 만고 충신 “충의공 엄흥도”의 충의 정신이 깃들어 있고 조선시대 수계소를 두고 인륜을 지킨 곳, 봉정과 반곡리의 불교 유적과 후삼국 때에 고려 태조 왕건과 후백제 왕 견훤의 전투가 있었던 “근품산성”과 근대문화유산인 “구 문경금융조합 사택” 등이 남아있으며 제3공화국 시절 1개 면에서 국회의원 2명이 동시에 배출되었고 국회의장(채문식)이 난 곳이다.

 

산양면 소재지인 불암리는 시가지(巿街地)가 대한민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십자형 바둑판같이 잘 정리된 도시형 거리로 형성되어 있고, 1940년대 양방 의원(후생의원) 개설되어 현대적 의료혜택을 먼저 본 곳, 농협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금융조합이 점촌보다 먼저 설립된 곳이다.

 

 

1940년대 초반부터 영월화력발전소 고압전기를 받아 점촌 등으로 분배하는 변전소가 있었고 일반가정에 전기가 문경에서 가장 먼저 들어온 곳, 조선시대 후기부터 성했던 산양 2일 7일 오일장은 전국에서 손꼽을 정도로 크게 열렸다. 그리고 산양장터는 독립운동사에 빛나는 척사운동 만인소의 도회소가 있었고, 1919년 4월 문경 지역에서 처음으로 3․1 만세운동을 기도하였던 곳이며 광복 이후 지금의 전국장사씨름대회와 같은 수준의 장사씨름대회가 열리는 등 근대화가 가장 먼저 됐으며 많은 사람이 몰려오고 산물의 집산 및 물류가 풍부했던 곳이었다.

 

지금은 시대의 변천에 따라 교통이 발달하는 등의 이유로 상권이 점촌으로 집중되고 평야지 특성상 고소득 작물이나 특산물이 없는 벼농사 위주의 지대가 되다 보니 외부 유동 인구의 유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할 수가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선비문화와 고가(古家), 산성, 불교유적지 등 문화관광 자원이 풍부한데도 불구하고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읍면동 간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정책의 부재와 앞을 내다보는 열정적인 지역 리더의 부재 등으로 지역발전과 경제 활성화를 기할 수 있는 문화 관광지로 부상될 기회를 상실하여 문경시 14개 읍면동 중에서 제일 변화와 발전이 없는 경제적 오지가 되어버렸다.

 

10여 년 전 문경시에서 권역별 균형발전을 통하여 다 함께 잘사는 문경을 만들겠다며 금천 주변 종합개발계획을 통하여 산양 지역을 5개 지구로 나누어 개발하고 산양면 소재지 정비사업, 문경한우 테마 광장 건립과 먹거리 조성을 추진하며, 한옥 숙박촌과 구곡역사관 건립 및 근품산성 정비 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 수립됐지만, 일부만 이루어지고 경제적 효과를 낼 수 있는 큰 사업들은 흐지부지됐다.

 

 

그렇다고 좌절할 수도 가만히 앉아있을 수도 없는 일, 심기일전하여 산양의 옛 영화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지금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소멸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문경시도 예외가 아니며 특히 산양면은 더욱더 위기 상황에 처해 있는데, 마침 문경시가 경북에서 유일하게 행정안전부에서 실시한 “인구감소지역의 주민참여형 소생활권 활성화 프로젝트” 공모사업에 선정되었고 그 사업추진 대상지가 산양, 호계로 되어 있다고 하니 이 기회를 활용 새로운 출발을 다짐해야 할 것이다.

 

때맞춰 얼마 전 김학련 면장이 재임 시 산양면 슬로건 전광판을 면 소재지 불암리 입구에 설치하였다. 올해 7월 1일 민선 제9대 신현국 문경시장이 취임, 새 시대 제2의 문경 도약을 이루고자 하는 때에 문경시 행정당국과 문경시의회, 산양면민 모두가 힘을 합쳐 “풍요금천 행복산양(豊饒錦川 幸福山陽)”이라는 슬로건 아래 다시 산양면의 새역사를 쓰고 금천의 기적을 이뤄내길 기대해 본다.

 

 

 

 

산양 찬가 /이만유

 

근품산 우뚝 솟고

비단내(錦川) 흐르는

정겹고 아름다운 메빛고을(山陽)

 

삼한시대 진한계 근기국(勤耆國)으로

삼국시대 근품현(近品縣)으로

통일신라시대 가유현(嘉猷縣)으로

고려, 조선시대 산양현(山陽縣)으로 불리며

긴긴 세월 살아온 삶의 터전이다

 

신라가 고구려를 방어하고

삼국통일의 전초기지로 활용한 근품산성

후삼국 영웅, 견훤과 왕건이 자웅을 겨루던 곳

고려 공민왕이 몽진 길에

용포를 걸어두었던 왕의산(王衣山)

긴긴 세월 지켜온 역사의 현장이다

 

삼천 년 전 청동기인들의

삶의 흔적 성혈(性穴)이 남아있고

조선의 선비들이 꿈꾼 이상향

구곡원림이 경영된 금천유역(錦川流域)

근품산 월방산 왕의산 정기 받아 걸출 인물 배출하여

문화의 꽃 활짝 피고 산물이 풍성한 곳

긴긴 세월 이어온 풍요의 곳간이다

 

보라!

저기 저 붉은 아침 태양을

그리고 저 찬란한 빛이 비치는 여기 이 땅을

위대한 조상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

자자손손 이어 살아갈 후손들의 꿈이 꿈틀대는 곳

우리 모두 두 손 모아 합장하면

뜨거움이 울컥 용솟음치는 심장의 고동 소리 들리고

가슴엔 잔잔한 감동이 흐르지 않는가

 

시대마다 명암이 점철하지만

구름 걷힌 새날이 아름다운데

누가 어제와 오늘의 아픔을 말하랴

모두 굳건한 의지로 청정한 마음으로

서로서로 사랑하여 하나가 되자

다 함께 한 마음으로 힘차게 나아가자

우리 모두 손잡고 꿈을 이루자

 

풍요 금천(錦川)

행복 산양(山陽)

 

산양이여!

찬란한 빛으로 영원하리라

연년세세 빛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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