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강관리협회 경상북도지부(대구북부건강검진센터))자연재해,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들, 깨끗하지 않은 공기, 식품 속 해로운 성분 등 우리 몸에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킬 수도 있는 환경 변화 속에서 인류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요?
〇 생존을 위해 존재하는 항상성
우리 몸에는 생존을 위해 몸속 화학반응을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항상성(homeostasis) 이 존재합니다.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몸에 해로운 것은 없애고, 각 장기가 제 기능을 하도록 몸속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고자 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중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이 해로운 침입자를 감지해 방어하는 선천적인 면역 시스템이 최전방 방어벽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 인간은 호흡하며 공기 속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어냅니다.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산화스트레스, 그로 인한 염증 등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착한 염증 제거 면역세포들도 있어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몸속 장기가 사용할 에너지원의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도 우리 몸은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만약 식사를 제때 하지 않고 불규칙하게 음식을 섭취하면 우리 몸은 영양소를 되도록 많이 흡수하기 위해 호르몬 분비를 늘리기도 합니다. 또 음식을 너무 적게 먹거나 편식을 하면 몸에 꼭 필요한 영양 성분과 콜레스테롤 합성을 늘려 필요한 것을 더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이렇게 몸은 생존을 위해 변화하는 주변 환경에 맞게 몸속 균형을 맞추고자 각 장기와 뇌가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합니다.
〇 건강한 사람에게도 갑작스럽게 생길 수 있는 뇌혈관질환
몸이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실제적인 예를 살펴보겠습니다. 집에서 매일 저녁 위스키를 4~5잔씩 마시는 정도의 음주습관 이외에는 특별한 건강 위험이 없던 65세 남성이 갑작스럽게 뇌경색으로 응급 시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입원해 검사를 받던 중 전립선암이 의심되는 소견도 발견되었습니다. 아무 이상도 없던 이 남성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을 것입니다.
이 남성의 뇌경색 발생 직전의 병력을 알아본 결과,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직업상 약간의 움직임이 있어 근육량과 체력도 해당 연령대에서 평균 이상은 되는 분이었습니다. 단지 최근 2~3년간 일로 인해 아내와 떨어져 지내면서 인스턴트 음식 섭취가 늘고 종종 식사를 거르기도 했습니다.
결정적으로 뇌경색이 발생하기 직전에는 동생 2명이 모두 췌장암, 간암에 걸린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동생들과 함께 병원에 다니느라 육체적으로도 매우 과로한 상태였습니다. 마음이 많이 상한 환자는 뇌경색 발병 하루 전에 평상시보다 과음한 후 자고 일어나 바로 동생의 병원으로 향하던 중 말이 어눌해지고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뇌혈관질환은 이분처럼 만성질환이 전혀 없는 건강한 경우에도 심하게 과로하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서울대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50세 이상 검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암과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위험도 조사에 따르면 남성은 자신의 건강상태가 매우 좋다고 답한 경우보다 허약하다고 답한 경우 암 관련 사망위험은 1.5배,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위험은 2.5배가량 높았습니다.
반면 여성에서는 건강상태가 매우 좋다고 한 경우 암으로 인한 사망위험은 적었지만, 심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위험은 증가했습니다. 또 체력상태가 좋은 남성이 운동을 과하게 하는 경우 심뇌혈관질환 사망위험이 오히려 약간 증가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이 연구 결과와 같이 일반적으로 스스로 건강상태가 좋다고 생각하거나 체력이 좋은 분 중 정신적·육체적 과로가 동반되는 시기에 자신의 건강을 과신해 체력의 한계를 넘을 정도로 휴식 없이 과로가 반복되는 순간 심뇌혈관질환이 발생하게 됩니다.
〇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우리 몸
환자는 뇌경색 진단 후 금주했고, 주 3회 정도 규칙적으로 산에 오르는 등 신체활동을 늘리고, 세끼 식사를 충실히 했습니다. 또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되는 약물도 잘 복용했습니다. 심뇌혈관질환이 발생해 혈전 예방약을 복용하기 시작하면 수술을 위해서 일시적으로 약을 끊어 재발할 수 있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당장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암이 있다고 해도 1년 정도 수술치료를 미루게 됩니다. 따라서 환자는 전립선암 수치와 MRI 검사를 통해 추적 관찰하기로 했습니다.
놀랍게도 뇌경색 발병 6개월 후 전립선암 검사에서 환자의 혈액 내 전립선암 수치가 정상화되었고, 영상검사에서도 전립선암을 의심할 만한 소견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환자는 물론 의사도 놀라워했습니다. 실제로 임상에서 환자를 볼 때, 막 자리를 잡기 시작하는 폐암 의심 병변이나 황반변성의 초기 병변 등은 적절한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교정으로 없어지는 것을 종종 보게 됩니다. 환자의 생활습관 변화로 인해 체력이 호전되고 이와 더불어 약물치료로 인해 혈관 건강이 좋아진 점,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없앤 점 등이 환자의 초기 암 의심 병변을 없앤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 몸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건강상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를 해결할 체력을 확보하기 위해 충분한 휴식과 함께 좋지 않은 생활습관 교정, 적절한 약물치료를 하면 초기에는 중증질환으로의 진행을 막고 일부는 완치도 가능합니다. 이 환자의 경우 뇌경색 발병은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좀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〇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생활습관 교정
반면 중대한 질병에 걸렸을 때 그 원인에 대해 잘 모르거나 무시하면, 반복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농업을 생업으로 하는 73세 남성은 세 번이나 폐 선암에 걸려 세 차례에 걸쳐 수술을 받았지만, 마지막에는 예후가 나쁜 폐암이 발견되어 현재 치료를 반복하고 있지만, 경과가 좋지 않은 상태입니다.
최근에는 중대한 질병의 조기진단이 늘어나고 치료기술의 발달로 인해 중증질환 치료 후 생존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구집단을 기반으로 한 연구에서 암 생존자의 이차암 발생 위험은 같은 나이와 성별을 가진 일반인의 약 1.1~1.6배 정도 됩니다. 암 생존율이 높은 국가들에서 이차암은 전체 암 발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미국은 16%, 스웨덴은 8.5%에 이르기도 합니다.
중증질환 경험자에서 다른 중증질환 발생 위험이 다소 큰 이유는 유전적인 원인, 치료로 인한 영향도 있지만, 임상적으로는 특히 교정 가능한 생활습관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비만은 유방암 환자에서 반대편 유방암(1.37배), 자궁내막암(1.96배), 대장암(1.89배)의 위험을 높이며, 흡연은 폐암 환자에서 이차암 발생 위험을 3~4배 높입니다. 이는 심뇌혈관질환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암, 심뇌혈관질환에 이환된 경우에는 흡연, 과도한 음주, 비만 및 당대사 이상(인슐린 저항성), 신체활동 부족, 영양 불균형 등 생활습관을 반드시 교정해야 합니다.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몸속 균형을 맞추고자 노력하는 우리 몸에 휴식과 함께 좋지 않은 것들을 조금만 없애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 자료제공 - 한국건강관리협회 경상북도지부(대구북부건강검진센터)
글 박민선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소식 2022년 4월호 발췌